안녕하세요.
“나이 들면 뇌가 굳는다.” “어릴 때 배운 건 잊히지 않는다.” 이런 말을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과학은 이 전제를 점점 부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뇌가 일정 시점 이후로 성장이나 변화가 멈추는 기관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뇌는 살아 있는 한 계속 변화하고, 재구성되며, 학습할 수 있는 유기체입니다.
이러한 능력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신경가소성’입니다.
이 글에서는
신경가소성이란 무엇인지
학습과 기억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환경과 습관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 가지 측면으로 풀어보겠습니다.

1. 뇌는 유연하다 – 신경가소성이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뇌세포(신경세포)는 출생 후 일정 수 이상 자라지 않으며, 손상되면 복구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신경가소성은 뇌가 자신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즉, 어떤 자극이 반복되거나 새로운 경험이 축적될수록 뇌는 회로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회로를 강화하거나, 불필요한 회로를 없애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예시로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 뇌의 시각 영역이 청각 정보나 촉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전환되기도 합니다.
악기 연주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뇌 영역이 비연주자보다 더 크게 발달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치매 예방 훈련으로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 이유도 신경회로의 재구성 능력 때문입니다.
신경가소성은 어린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며, 성인 심지어 노년기에도 유효합니다.
물론 연령이 높아질수록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방향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2. 학습과 기억 – 뇌는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는가?
우리의 기억은 어디에, 어떻게 저장될까요?
지금 이 글을 읽는 과정에서 당신의 뇌는 이미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시냅스)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 시냅스의 강화
학습이란 결국 반복된 자극을 통해 시냅스의 연결이 강화되는 과정입니다.
반복할수록 연결은 더 견고해지고, 더 적은 자극으로도 쉽게 떠오르게 됩니다.
→ 이를 장기 강화작용(LTP)라고 부르며, 기억의 핵심 원리 중 하나입니다.
▷ 단기기억 vs 장기기억
단기기억은 일시적인 전기적 활동에 가깝습니다. 며칠 지나면 잊히죠.
반면, 장기기억은 단백질 합성을 통해 뉴런의 구조를 물리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해마에서 시작해 점점 대뇌피질로 전이되며, 기억을 더 안정적으로 저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충분한 수면과 반복, 환경 자극이 중요합니다.
또한,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뉴런이 생성될 수 있으며, 특히 기억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해마 영역에서는 계속해서 신경세포가 재생됩니다.
3. 환경이 만든 뇌 – 우리는 무엇을 학습하며 살아가는가
뇌는 단순히 정보 저장 장치가 아닙니다.
환경의 영향을 받아 지속적으로 적응하고 변화하는 생물학적 유기체입니다.
▷ 자극이 풍부한 환경 vs 자극이 제한된 환경
연구에 따르면,
장난감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실험쥐는 더 많은 신경연결망을 형성했고,
복잡한 미로를 더 잘 기억해 냈습니다.
→ 인간도 마찬가지로 책, 사람, 감정, 창의적인 활동이 풍부한 환경에서 뇌 발달이 더욱 촉진됩니다.
▷ 디지털 시대의 뇌
현대 사회에서는 뇌가 접하는 자극의 형태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짧고 빠른 정보 위주의 콘텐츠(예: SNS, 쇼츠)는 집중력과 깊은 기억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깊은 독서, 운동, 명상, 사회적 교류는 뇌의 전두엽, 해마, 시냅스를 고르게 자극하여 인지 능력을 높이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따라서 우리는 뇌를 키우기 위해, 단순히 ‘많이 배우는 것’보다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가를 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의 뇌는 달라지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도 당신의 뇌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기존 지식과 연결하며, 필요한 회로를 선택하고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뇌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는
▷ 학습의 방식
▷ 자극의 질
▷ 삶의 환경
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뇌는 나이에 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에 얼마나 열려 있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 계속 성장하고 회복될 수 있는 유연한 기관입니다.
매일의 습관이 곧 뇌를 만들고, 뇌가 당신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성장의 과정입니다.